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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편 가르기와 편 먹기

살면서 내 편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따지지도 캐묻지도 않고 잘잘못 가리지 않고 그냥 내 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얼굴 파묻고 소리 내 흐느끼면 다정한 손으로 등을 토닥거려 주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가슴으로 읽고, 이유 묻기 전에 이해하고, 판단과 편견을 넘어 다정한 미소로 껴안아주는 사람, 온전한 내 편이 있으면 행복하다.     어릴 적부터 천방지축으로 잘 넘어졌다. 하늘 쳐다보고 나비 쫓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무릎 성할 날이 없었다. 엎어져서 어머니가 안 보이면 툴툴 털고 일어난다. 허겁지겁 달려오는 어머니 치맛자락이 보이면 땅에 얼굴 박고 크게 엉엉 울었다. 어머니는 왜 넘어졌는지 꾸짖지 않으셨다. 상처 난 내 무릎만 가슴 아파하셨다.  동무들하고 다투고 싸워도 편들지 않았다. 호호 불며 생채기 난 무릎에 ‘아까징끼’ 발라주며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주셨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 편, 지구가 공전을 멈추어도 언제까지나 완전한 내 편이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머니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이유 없이 부당하게 오해와 억측을 받는 일이 발생한다. 얼굴 맞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없어 불신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바로 설 수 없다. 세 사람이 모여 한 사람 병신 만들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 아군을 소집해 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 각 세우고 편 가르며 다투지 않아도 상식과 보편타당함이 ‘내일’이란 미래 속에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미국생활은 사람이 붐벼도 쓸쓸하다. 돈을 벌어도 마음이 가난하다. 그 황량한 벌판에서 위로와 사랑을 준 선배가 있었다. 큰 고목처럼 믿고 의지했는데 한순간에 땡볕으로 쫓겨난 신세가 됐다. 누군가가 틈새 작전으로 갈라치기를 했다. 필요가 다하면 버림받는다. 아름다운 색깔도 캔버스에 채색한 뒤에는 붓을 씻고 물을 버린다. 때가 되면 있던 것은 사라지고 기억할 모든 것들도 잊힌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2년 동안 많은 것을 잃고 또 얻었다. 소통과 만남을 완전히 끊고 어두운 동굴 속에서 생명의 빛을 돌에 새겼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외로왔지만 점차 익숙해져 살기가 편해졌다. 왜 그리 아웅다웅 버티며 시속 100킬로미터로 살았는지. 이제 동굴을 빠져 나와 일상으로 귀환하려 한다.     우주는 광활하고 사람은 많다. 잊고 버리고 돌아서면 상처는 작은 무늬일 뿐이다. 생의 각도와 방향이 바뀌면 멀리 바라보게 되고 곁에 있는 하찮고 작은 것들이 소중해진다. 다큐멘터리를 찍듯 타인에게 몰두했던 생의 카메라를 내게 돌리면 실오라기 같은 영롱한 희망의 빛이 떠오른다. 만남 대신 그리움, 풍요보단 절제, 넘치지 않는 잔으로 부족함을 채우고, 화려한 언어보다는 침묵으로 새벽별을 만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생명의 진실 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편 가르기’는 생의 고단함과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옹졸하고 졸렬한 행위다.  갈라치기 하지 않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그립다. 어머니처럼 조건 없이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믿어주고 보듬어주는, 판단하고 꾸짖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내로 기다려주는, 참어른을 만나고 싶다.     산다는 것이 허무의 신발가게에서 버려진 헌 신짝을 찿는 것이라 해도 편견과 단죄 없는 품속으로 한 마리 비둘기로 깃들고 싶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 작가이 아침에 어머니 치맛자락 시속 100킬로미터 틈새 작전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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